체코 두코바니 원전과 관련해 한국수력원자력의 계약 체결이 오히려 한국 손실을 높일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체코 원전사업 자체가 ‘선거용’에 그쳐 백지화 가능성이 큰 데다 계약 이후에도 인허가 문제로 공사 기간 연장 등 손실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에너지전환포럼은 지난달 30일 발간한 <체코 두코바니 원전 건설 계약 금지 가처분 명령의 의미와 전망>에서 “체코 정부의 원전 수주 계획은 총선을 앞두고 무리하게 진행됐다”고 밝혔다. “(원전건설 계약 체결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손실은 결국 한수원의 모회사인 한국전력을 통해 전기소비자들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두코바니 원전 건설사업(5·6호기)은 약 26조원 규모로, 2022년 경쟁 입찰로 시작했다. 한수원은 지난해 7월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됐지만, 체코 법원이 프랑스전력공사(EDF)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서 사업이 무기한 연기됐다. 체코 정부는 ‘판결을 예상치 못했다’는 취지로 설명했고,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현지에서도) 이런 결과가 나오리라고는 아무도 예상 못 했던 것 같다”고 맞장구쳤다.
하지만 보고서는 사업 취소가 당초 예견된 일이었다고 지적했다. 두코바니 원전 사업은 체코 세수의 20%가 넘는 재정적 부담이 있었는데, 지난해 1월 갑자기 입찰 조건을 2~4기로 늘린 것부터 무리한 결정이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페트르 피알라 체코 총리와 체코전력공사(CEZ)가 밝힌 ‘지난 4월 경쟁보호청(UOHS)이 EDF 항소를 기각하면서 사안이 종결된 것으로 인식했다는 입장’부터 의구심을 품었다. 앞서 법원과 다음 정권을 이용해 사업을 백지화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 원전 기업 아레바는 2012년 테믈린 원전 건설(3,4호기) 입찰 과정에서 실격된 뒤 이의신청을 냈다가 UOHS에 의해 두 차례 기각 판단을 받았지만, 체코 법원에 의해 다시 체코 및 EU 공공조달법을 근거로 아레바 가처분 신청이 인용된 바 있다. CEZ는 이후 정권이 교체되자 새로운 정부의 보증 불허를 핑계로 원전 입찰을 취소했다.
보고서는 두코바니 원전 사업도 테믈린 원전 사업의 전철을 밟고 있다고 봤다. “두코바니 원전 건설 계약 금지 가처분 명령의 원고, 피고, 법원, 가처분 명령 취지는 12년 전 테믈린 원전 건설 계약 금지 가처분 명령과 모두 동일하다”며 “피알라 총리는 12년 전 테믈린 원전 건설 사업 입찰 당시 체코 정부에서 총리 과학수석보좌관과 교육부 장관으로 원전 건설 계약이나 법적 분쟁을 경험했고 절차와 과정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했다.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13일 체코 현지 여론조사를 인용하며 피알라 연립 정부 지지율을 19.5%로, 제1야당 지지율을 35%로 보도한 바 있다.
보고서는 체코 정부가 EU로부터 받아야 할 법적 분쟁 및 인허가 절차가 남아 공기 지연 등을 우려하며 계약이 체결되더라도 투자 위험이 크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9월 한국을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한 CEZ 결정은 EU 역외보조금규제(FSR) 위반 혐의로 제소된 상태이고, 지난해 1월 계획변경으로 추가된 두코바니 6호기는 EU의 기능조약(TFEU)에 따라 유럽연합집행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이 보고서를 작성한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강화된 안전 규제, 노동 기준에 따라 미국·유럽에서 원전건설 공기와 비용은 계획 대비 3배 이상 증가했다”며 “차기 정부는 지난 15년간 정권에 상관없이 추진해 온 무리한 원전 수출 지원 정책을 중단하고 재생에너지로 급변한 세계 전력 시장 여건에 맞춰 에너지기술 수출 정책의 방점을 재생에너지로 전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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